알파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알파고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에 기반을 둔 바둑 프로그램이다. 이세돌을 꺾은 인공지능의 비밀도 여기에 있다. 우리말로는 ‘기계학습’이다.

얼마 전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연구, 발표한 ‘위상수학 ADHD 진단’도 머신러닝에 기반을 둔다.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학습-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 머신러닝이다. ‘기계 스스로 학습한다’는 점이 빅데이터와 다르다.

머신러닝은 지도학습, 강화학습, 비지도학습으로 구분된다. 이중 알파고에 사용된 것은 지도와 강화 학습이다. ‘지도학습’은 결과가 정해져 있는 데이터를 토대로, 새로운 데이터가 추가될 때마다 연속적인 예측값을 찾아내는 기술이다. 훈련된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기계가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도 늘어나는 셈이다. 알파고의 위력이 여기에 있다.

ADHD 진단법에는 비지도학습이 사용됐다. 컴퓨터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해 비슷한 특성을 가진 데이터끼리 분류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위상수학(topology, 토폴로지)을 접목해 데이터의 모양까지 찾아낸 것이 이번 연구의 특징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은주, 경성현 연구팀을 만나 기계학습과 위상수학을 활용한 ADHD 진단법에 대해 알아봤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은주 교수경성현 박사



ADHD의 새로운 진단법을 연구 중인 이유

ADHD는 현재 문진표, 심리검사, 부모와 선생님으로부터 얻은 정보, 아이의 행동관찰 등을 토대로 진단이 이루어진다. 주관적인 진단이 조금 더 우세한 편이다. 여기에 뇌 영상 같은 눈에 보이는 자료가 상응된다면 보다 객관적인 진단이 이루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산만한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ADHD일수도 있지만, 그냥 개구쟁이일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ADHD 아동이라도 관심 분야에서는 굉장한 집중력이 발휘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녀의 ADHD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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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명 아동의 빅데이터 분석은 어떻게 이뤄졌나?

선진국에서는 국가가 펀드를 주고 전 세계 데이터를 모은다. 샘플수가 많을수록 객관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외국에서 오픈해 놓은 데이터 소스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미국, 유럽과 중국 베이칭 대학 등의 데이터가 대부분이다.

데이터 분석은 ADHD 아동 196명과 정상발달 아동 214명의 뇌 FMRI를 촬영했다. 아동들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동안 뇌 영상을 촬영한 것이다. 2초에 한 번씩 영상 하나가 획득되는데, 이를 5분 동안 측정해 1명당 150개 영상을 출력했다.

여기서 매순간 바뀌는 뇌 영역의 연결성과 패턴을 계산해 수치화했다. 이렇게 410명의 데이터를 모은 뒤 비지도학습법으로 그룹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시각화한 것이 아래의 토폴로지 그래프다. 



토폴로지 분석


ADHD 아동에게 나타난 위상수학 분석 결과

토폴로지 분석표에 있는 동그라미 하나를 ‘노드’라고 한다. 이 노드 하나에는 한 사람이 있을 수도, 여러 명이 있을 수도 있다. 동그라미가 클수록 사람이 많은 것이다. 선으로 연결된 것은 양쪽 그룹에 속하는 경우다.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공통점이 없다는 의미다.

파란색이 정상군, 빨간색이 ADHD군이다. 쉽게 말해 빨간색일수록 ADHD 증상이 심하다는 뜻이다. ADHD 아동들은 질병이 클수록 우울증 같은 공존질환을 갖게 되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빨간색이 진할수록(ADHD 증상이 심할수록) 공존질환의 비율도 높아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파란색일수록(정상발달 아동) 지능지수가 높다는 점도 발견됐다. 중간 지점에 있는 초록색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즉각적인 치료보다 관찰이 중요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은주 교수는 “위상수학을 통한 ADHD 진단은 질환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기초가 될 것이며, 향후에는 국내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데이터도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위상수학 분석을 담당한 경성현 박사는 “머신러닝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으며, 특히 위상수학 기반의 비지도 기계학습으로 뇌 영상 데이터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의미가 크다”며 “데이터 분석으로 공존질환을 밝혀내는 연구가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학채널 비온뒤 강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