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뒤의 피부과 막내 멘토, 이해진 원장을 만났다. 이해진 원장은 30대 젊은 피부과 의사로 연세의대 강사, 봉직의를 거쳐 올 3월 피부과를 개원했다. 이 원장은 “비온뒤에서는 막내지만, 병원에서는 아버지를 제외하면 가장 나이가 많아 직원들이 아재라고 놀린다”며 웃었다.

이해진 원장(연세 A&B 피부과)은 피부과 집안이다. 부친 이승헌 원장과 함께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해진 원장과 이승헌 원장은 연세대 동문으로, 아버지(이승헌 원장)의 제자가 아들(이해진 원장)의 지도교수가 되기도 했다. 이승헌 원장이 연세의대 피부과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도입한 피부장벽학을 이해진 원장 역시 세부전공으로 두고 진료에 매진하고 있다.

[피부과는 응급은 없어도 연구가 필요한 학문]

이해진 원장은 어린 시절 의학드라마를 보면 의문이 들었다. TV에 나오는 의사와 아버지의 모습이 달랐기 때문이다. 서재에 있는 시간이 많은 아버지와 달리, TV 속 의사들은 수술복을 입고 밤새 응급수술을 하느라 집에도 들어오지 않는 게 아니겠는가.

“피부과는 응급이 없어. 그렇지만 학문으로 파고들면 공부할 게 많다”는 게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였다고. 이 원장은 고3 시절 자신보다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은 아버지를 보며 열심히 공부할 힘을 얻기도 했다. 처음부터 의대를 목표로 공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수능을 생각보다 잘 봐서 의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현미경을 보는 것을 좋아해서 피부 병리 슬라이드를 보는 피부과와도 잘 맞았다. 피부병터 등을 슬라이드에 모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게 흥미로웠다.

 

[산성 보습제로 아토피와 천식까지 예방]

피부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이 원장은 피부에 대해 좀 더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들어갔다. 7년간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세 개의 논문을 발표했다. 박사 논문을 세 개나 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매우 흥미로운 연구였기 때문이었다.

 

▲ 이해진 원장의 박사 논문
 
이 원장은 아토피 피부염과 함께 알레르기성 질환이 동반되는 아토피 행진이 있는 동물모델에 산성 보습제를 도포했을 때, 아토피 피부염뿐만 아니라 ‘천식’까지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박사 논문으로 발표했다.

박사 논문은 피부과 학회에서도 인정받았다. 한 논문은 임팩트 팩터(피인용지수‧연구의 가치를 평가하는 점수) 7점 이상의 저널에 게재되기도 했다. 라로슈포제 아시아-태평양 피부과학 재단상의 기초 논문(Basic Paper) 분야 수상과 2,000달러의 연구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아토피를 가장 비용대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
이 원장은 피부장벽학을 기초로 환자의 피부에 맞는 보습제 처방, 다양한 항노화 치료, 줄기세포를 이용한 탈모치료 등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이 원장은 그중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피부를 호전시킬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오랜 기간 사이비 의료나 한방치료 등에 돈을 쏟아붓고 상태가 악화된 상태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들은 의사의 치료를 불신하거나 무기력해져 있어, 환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비용 대비 효율적인 진료를 하기 위해 힘쓴다.

[아토피 환자를 위한 항히스타민제와 보습제]
이 원장은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 항히스타민제와 피부의 pH를 감소시킬 수 있는 보습제를 처방한다. 스테로이드를 많이 쓰는 병의원이 많지만, 스테로이드는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피부두께 감소나 당뇨와 같은 전신 또는 국소 부작용이 있어 최소화한다.

항히스타민제를 먹으면 진정작용이 있어 가렵지 않아, 추가적인 염증을 막는다. 아토피 피부염은 가려워서 긁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피부를 긁으면 또 다른 염증이 생기고, 피부장벽이 손상돼 장벽회복 기능도 떨어지게 된다.

더욱이 항히스타민제가 피부장벽 기능을 더 좋게 만드는 작용도 한다. 이는 이 원장이 2013년 연구를 통해 알아낸 부분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동물을 이용해 실험한 결과, 항히스타민제를 도포하면 피부 염증이 감소되면서 동시에 피부장벽 기능이 좋아지는 것을 공동연구하여 피부과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 '저널 오브 인베스티게이티브 더마톨로지'(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보고했다.

또한 몸의 pH를 5.5 혹은 그 이하로 낮출 수 있는 보습제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 몸의 정상 pH는 5.5다. 아토피 피부염이나 피부 염증이 생기면 피부의 pH가 올라간다. pH가 올라가면 피부의 해로운 균들의 번식이 증가하고, 단백질분해효소가 활성화된다. 그러므로 피부의 pH를 떨어뜨릴 수 있는 보습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 또한 피부장벽을 이루는 재료인 세라마이드, 자유지방산, 콜레스테롤이 적절하게 배합된 보습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


시중에 나와 있는 보습제 중 제로이드를 추천한다. 아토피 피부염에서 항균 펩타이드(항균성단백질)가 떨어져 있는데, 제로이드에는 항균 펩타이드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pH도 5.5로 적당한 편이다. 사실 아토피환자에게는 pH 5.5 이하의 산성 보습제를 추천하지만, 시중에는 산성 보습제를 찾아보기 힘들어 아쉽다. 이는 이 원장의 꿈과도 연결된다. 이 원장은 pH를 낮춘 피부 질환용 보습제를 만들고 싶다.

[피부장벽학을 응용한 보습제 개발]
이 원장은 피부장벽학을 응용하여, 자체 보습제 브랜드를 만드는 꿈을 갖고 있다. 아토피피부염이나 피부건조증 환자를 위한 산성 보습제 등 피부 질환용 화장품이나 피부장벽에 잘 흡수되는 보습용 화장품을 개발하고 싶다.

시중에 나온 보습제는 피부장벽에 적합한 것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피부장벽을 뚫고 보습제가 들어가려면, 피부 분자량이 작아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피부에 침투가 되려면 피부 분자량이 500 킬로달톤(kDa) 이하로 작도록 화학적 가공이 되거나 피부에 잘 흡착이 될 수 있는 화학구조를 가져야 하는데, 그런 기술을 가진 화장품 회사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화장품의 성분에만 초점을 맞출 뿐 분자량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피부에 잘 흡수될 수 있는 라이포좀 형태의 화장품을 개발하고 싶다고 한다. 피부는 가장 위쪽은 지용성으로 되어 있고, 내부로 들어가면 수용성으로 되어있다. 지용성으로 된 피부 표면에 토너, 에센스 등의 수성으로 된 화장품을 쓰면 흡수가 안 된다. 피부에 흡수가 잘 될 수 있도록 겉은 지용성으로, 보습이 잘 되도록 안은 수성으로 된 라이포좀 형태의 화장품이 적합하다고 한다.
 

[피부과 의사는 피부과 의사답게]

이 원장이 그렇다면 진료 때 무엇을 가장 중요시할까. “피부 자체의 문제를 치료하는 건 기본이고, 피부의 증상이 내부 장기의 이상인지까지도 살펴야 한다”라는 답이 들려왔다. 1차 의료를 담당한 만큼 피부 문제를 해결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올려주고, 내부 장기와 연결된 중한 질병인 경우는 해당 진료과목에 의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피부과 관리를 해도 여드름이 낫지 않는 여성이 있다. 이 경우 난소에 문제가 있어 산부인과 진료를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 원장은 여성 질환을 가진 여드름 환자의 경우 “얼굴에 잔털이 많고, 오랜 기간 여드름이 낫지 않고, 생리주기가 불규칙적인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환자가 오면 “산부인과 초음파 받아보세요”라고 이야기를 해준다고. 산부인과에 다녀오니 실제 난소에 혹이 있거나, 다낭성 난소증후군 등의 증상이 있었다고 한다.



[닥터 후(後), 1세대 아이돌 노래를 통기타 연주하는 의사]

이 원장은 주말에 1박 2일로 7~8명의 친구들과 양평으로 캠핑가는 것을 좋아한다. 친구들이 고기를 굽고 먹을 때, 이 원장은 통기타로 배경음악을 깔아준다. 1세대 아이돌 노래를 통기타로 치면 캠핑의 분위기가 물씬 살아나기 때문이다. 통기타로 HOT의 캔디, 터보의 Love Is, 빅뱅의 꽃길을 기타 치는 것을 즐긴다. 통기타로 연주하는 아이돌 노래는 어떨까. 언제 비온뒤 방송에 나와서 통기타 실력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