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없이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는 어떠한 말을 하지 않는다.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는 환자를 두드리고 찔러보고 진단을 내리는 게 신경과 의사의 역할이다.” - 이일근 원장(서울브레인신경과)
 

뇌는 한 사람의 자아

이일근 원장이 가장 관심 있던 분야는 . 뇌를 포함한 신경계는 사고와 판단, 행동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 그렇다면 뇌를 다룬다는 건 한 사람의 자아를 다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모든 장기가 뇌를 먹여 살리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가. 체중의 2%에 불과한 뇌는 심장에서 나가는 혈액의 약 15%, 폐로 들어온 산소의 약 25%를 소비한다. 그만큼 뇌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장기다.


뇌를 다루는 세 개의 과

뇌를 다루는 과는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과로 총 세 개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신경과와 신경외과를 헷갈 려한다. 이 원장은 신경과는 뇌내과, 신경외과는 뇌외과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신경과는 신경계 질환을 진단해서 약물, 재활치료 등 내과적인 치료를 하는 과다. 신경외과는 신경계 질환을 수술하는 외과다. 더불어 정신과는 심리의 측면에서 정신과는 감정, 사고, 행동의 이상을 치료하는 과다.


이 원장은 그중 신경과가 가장 본질적으로 뇌에 접근하는 과라고 봤다. 신경학적 진찰과 문진을 통해 신경계 이상의 원인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본과 2학년 시절 신경과학을 2주 동안 배우면서 신경과를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인턴실습 때 여러 과를 순환하며 선택할 전공을 고민하는 동기들과 달리, 이 원장은 고민 없이 신경과를 택했다. 다른 과에 동의를 구해 신경과에서만 3번의 인턴실습을 했다.


뇌 손상되면 끝? 치료받으면 삶의 질이 다르다

많은 이들이 뇌에 문제가 생기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뇌는 회복이 잘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반인 뿐 아니라 의사들도 신경과 질환은 좋아지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치료를 받느냐 받지 않느냐의 차이는 매우 크다. 치료를 받으면 삶의 질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뇌에 문제가 생기면 100% 완치가 되기는 힘들다.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기는 힘들어도, 치료를 잘하면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정도였는데 어느 정도 사회생활이 가능해질 정도로는 만들 수 있다.


이는 재무관리와도 같다. 같은 돈을 벌어도 어떻게 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모으는 돈은 천차만별이다. 전문가에게 재무 설계를 받고 나면, 같은 수입으로도 효율적으로 쓰면서 많이 저축할 수 있다. 같은 병도 관리를 잘 하면 다른 미래가 그려질 수 있다. 이 원장은 그런 환자를 여러 번 만났다.


이 원장이 만난 기적들

하나. 중학생 환자는 뇌염으로 한 달 정도 혼수상태에 빠졌다. 가족들도 포기하려고 할 때, 치료를 받던 환자가 의식을 회복했다. 물론 다시 학교에 갈 만큼 건강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검정고시를 봐서 중학교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 심한 뇌염 후에 뇌전증이 온 20대 여성 환자가 있었다. 약혼자가 있었으나 뇌전증 때문에 파혼을 당했다. 당시 식물인간 상태가 된 환자를 본 어머니는 호흡기를 떼자고 말했다. 그러나 이 원장은 환자를 포기할 수 없었고,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며 설득했다. 얼마 뒤 환자의 호흡이 돌아오고, 점점 좋아졌다. 그 환자는 회복 후 취업을 했고, 결혼까지 하게 됐다.


. 뇌졸중 후에 반신불수로 못 일어나던 60대 환자가 신경치료, 약물치료 후 혼자 힘으로 걷게 됐다. 물론 뛸 수는 없었다. 그러나 못 일어나던 사람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걸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가.


뇌손상은 그걸로 끝이 아니다. 꾸준히 노력을 하면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이 뇌질환은 쉽게 낙담하고 포기한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이 원장은 조금만 더 해보자고 말한다. 꾸준한 치료를 통해서 거의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던 환자들이 기적처럼 일상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를 봤기 때문이다. 물론 회복되는 데 몇 년이 걸리는 지난한 과정이다. 그러나 그만큼 큰 보람이 있다.


어떤 의사가 되고 싶나요?”

의사로서 나를 만난 환자나 가족이 효과가 있었든 없었든 간에 나를 만나서 진료받은 것이 후회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좀 더 좋으면 이 선생님을 만난 것은 나에게 운이 좋았다, 행운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 원장은 환자와 가족이 자신을 만나 후회하지 않았으면, 어쩌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길이라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자신을 만난 모든 환자들에게 그런 느낌을 주지 못했을 수 있지만, 되도록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환자들이 그렇게만 느껴준다면, 의사로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이다. ‘치료를 잘 하겠다는 말보다 훨씬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좋은 인상의 의사로, 환자와의 만남 자체를 소중하게 여기는 의사의 면모가 엿보였다.


가격이 낮아도 가치가 있는 치료가 있다

가치(Value)와 가격(Price)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 원장은 '고가가 아니어도 가치 있고 중요한 치료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로서 환자에게 가치가 높은 최선의 치료를 권하는 것은 무조건이다. 그러나 너무 고가이면 환자 입장에서 가격이 적절하거나 저렴한 치료를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예를 들면, 뇌전증 약물은 여러 가지가 개발돼 선택할 수 있는 종류가 많다. 환자에 따라 최근에 개발된 고가의 약보다 예전에 개발된 약이 더 효과가 좋은 경우가 있다. 뇌혈관질환 예방약도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더 좋은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라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 원장은 가격이 낮아도 가치가 있는 약물과 검사를 찾아 환자들에게 도움을 준다.


손발 저림이 있지만 손 색깔이 붉은색이면, 전류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요즘 손발 저림으로 신경과를 찾는 중년 환자들이 매우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들이 혈류장애라고 생각하고, 혈류 개선제를 먹는 경우가 많다. 혈액이 혼탁해지고 혈관이 좁아져 혈류순환장애로 인한 손발장애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혈류장애보다 전류장애일 경우가 많다. 손발에 신경에 따라 흐르는 말초신경기능저하나 하지 불안증과 같은 전류의 이상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신경과를 찾아 전기생리검사와 초음파혈류검사 등의 진단이 필요하지만, 간단하게 손의 색깔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다. 손발 저림이 있지만 손 색깔이 붉은색이면, 혈류장애일 가능성은 적고 전류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혈류장애가 있는 사람의 손의 색깔은 노란 경우가 많다. 정상인의 손의 색깔은 붉은색인데, 혈류장애는 피가 덜 가기 때문에 붉은색이 줄어들고 노란색이 돌기 때문이다. 손의 색깔이 붉은데도 손발 저림이 있다면, 전류장애를 의심해보고 신경과를 찾는 것이 좋겠다.


의대 교수와 개원의로의 삶

이 원장은 인하대 의대와 건국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12년간 재직하다, 브레인신경과를 개원한지 10년이 지났다. 신경과 교수와 개원의로의 삶 양쪽을 충분히 경험했다.


학회 활동에 열중하는 의사

이 원장은 대학교수와 개원의 시절 모두 학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의사라면 정책, 의사결정 과정 등 자신이 속한 한 단체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국의전원 교수였던 2006, 대한수면학회 총무이사를 맡아 학회 출범에 힘썼다. 2006년 이전까지 신경과, 이비인후과, 내과, 정신과에서 각 과별로 나누어 수면학회를 진행했다. 20064개의 과가 합쳐진 대한수면학회가 첫 출범했다.


학회가 출범한 1년 차에 이 원장은 대한수면학회 초대 총무이사를 맡아 학회를 구성하는 역할을 맡았다13년 동안 대한수면학회에서 활동하며 세계 학회, 아시아 학회 등을 유치하고, 수면다원검사 급여화 등 주요 이슈에 각 과별로 의견교환을 할 수 있도록 힘썼다.


현재 대한신경과학회에서 최초의 개원의 출신 홍보이사를 맡아 신경과 홍보 관련 업무를 하고 있으며, 대한신경과의사회에서는 보험위원장을 맡아 신경과 보험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강남구 의사회에서도 학술이사, 총무, 부회장 등을 맡았다. 1,000여 명이 넘는 강남구 의사회원의 개원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돕고 있으며, 장학생이나 어려운 환자를 돕는 사회봉사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개원 Before & After

개원을 한 후 달라진 점으로 이 원장은 충분한 진료시간이 확보됐고, 개인 시간이 많이 생겼다는 점을 꼽았다.


의대 교수 시절 요구되는 필수역량은 3가지였다. 연구, 교육, 진료다. 셋 중 교수에게 1순위가 되는 것은 연구다. 교수를 평가하는 1순위가 연구 실적이기 때문이다. 진료실적은 월급과 연관될 뿐, 교수로서 업무성과는 연구 실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개원의는 이 중 진료하나만 반드시 하면 된다. 환자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의대 교수는 개인 시간이 전혀 없다. 낮에는 교육과 진료, 밤과 주말에는 연구를 하느라, 제대로 쉴 시간이나 방학이 없다. 개원을 한 후에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 봉사활동 등 개인 시간이 많아졌다.


또한 이 원장은 신경과 개원의도 환자와 사회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신경과는 개원의가 많지 않고, 많은 선후배들이 교수의 길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개원의는 진료에 매진할 수 있고, 학회 활동, 사회활동을 할 시간이 많다는 나름의 장점이 있다.


닥터 후(), 가족과 예술 활동

이 원장은 워라벨(Work-life balance)에서 라이프의 두 축을 가족예술 활동이라고 말했다. 가족과 예술 활동만 잘 된다면 아주 즐거운 삶일 거라고.


교수 시절 가족들과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 일주일에 한 번도 집에서 식사한 적이 없을 정도였다. 개원 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항상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평일에는 퇴근 후 가족들과 최대한 많은 것을 함께 한다. 한강을 걷거나 식사준비를 하거나 아이들과 이야기하거나.


우리 삶을 가장 리프레시하는 것이 가족이며, 피로 회복이나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가장 좋다. 가족은 가장 강력한 후원자기 때문이다. 만약 가족이 스트레스라면 가족경영이 잘못되서다. 가족경영만 잘 된다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심신의 건강에 가장 좋다.


주말에는 예술 활동을 한다. 예술 활동이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다. 쓰기, 만들기, 그리기 등의 소박한 활동이다. 아니면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박물관, 미술관에 간다. 한 방에서만, 한 작품에서만 1~2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본다.


요즘은 삶의 기준이 물질인 젊은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원장은 물질은 우리에게 심신의 자유를 얻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일을 쉴 수도 있고, 원치 않은 일을 과감하게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신의 자유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정신의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기 때문이다.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 하고 싶은 것을 물어보면, ‘그림을 그리고 싶다거나 종교 활동이나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대답이 많다. 모두 물질적이지 않은 정신적이고 영적인 활동이다. 정신적인 활동을 하면 행복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은퇴 전부터 은퇴 후에 하고 싶은 활동을 하려고 한다.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감상하며, 내적으로 충만해지고 싶다는 그의 꿈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