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일상적이다. 친구와 대화를 할 때, TV를 볼 때, 기사나 책을 볼 때 언제나 등장한다. '짜릿해 늘 새로워 잘생긴 게 최고야'라는 연예인의 농담이 현실에서 진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JTBC 드라마 '내 아이디의 강남미인'과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통해 성형수술 전 생각해봐야 할 것을 짚어본다.

 

드라마 내 아이디의 강남미인에서 여자 주인공 강미래(임수향 분)는 성형한 티가 많이 나는 '강남미인', 현수아(조우리 분)는 모태 '자연미인'으로 대표된다.

 
 

성형을 해도 자존감은 바닥

강미래는 어릴 때부터 못생겨서 괴롭힘을 당하고, 자살시도를 할 정도로 외모 스트레스가 심하다. 학창시절 좋아하던 남자아이에게 고백했지만, '강오크'라며 모욕당한다. 성형수술로 새 삶을 얻고 싶었지만, 자신감이 올라가기는커녕 사람들이 '강남미인'이라고 수군거릴까 봐 두려워한다.

 

자신감이 없는 미래는 '자신은 사랑받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좋아하는 도경석(차은우 분)에게 "왜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하냐"고 되묻는다. 자신도 경석을 좋아하지만, 경석의 고백을 두 차례나 거절한다. 성형미인인 자신이 자연미남인 경석과 사귀면 사람들이 욕을 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미래는 자신 역시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외모지상주의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 성형을 했지만속으로 사람들의 얼굴에 점수를 매겨왔기 때문이다. “얼굴 말고 그 찌질한 마인드를 성형하지 그랬냐”라는 경석의 따끔한 조언에, 미래는 다른 이들의 외모를 평가하지 않게 된다.

 


가장 예뻐야 한다는 강박,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미모만이 무기인 여자도 있다. 현수아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원래부터 예쁜 사람으로 대접받기 위해 치르는 노력은 엄청나다. 원래 마른 체질이라고 말하며, 식사 후 몰래 화장실에 가서 토하기를 반복한다. 집에서 체중을 잰 뒤 살이 쪘다며 다이어트 보조제를 꺼내 먹는다.

 

수아는 가장 예뻐야만 버림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변 남자들이 다른 여자에게 관심가지는 건 견딜 수 없다. 남자들에게 관심있는 척 어장관리를 하고, 미래에게 관심을 보였던 남자에게 일부로 접근한다. 자신이 가장 예쁘고 사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성형수술로 예뻐진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성형미인인 미래 때문에 자연미인인 자신이 불이익을 받는다고 여긴다. “타고난 수혜자들이 피해를 보잖아. 성형 때문에 예쁜 얼굴이란 희소성이 떨어지니까라며.

 

물론 수아의 비이상적인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드라마에선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원작 웹툰을 보면, 수아의 트라우마가 나온다. 과거 왕따를 당했지만 예뻐진 후 호의적으로 바뀐 사람들의 반응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인 것이다.

 


아름다운 외모가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얼굴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잘생긴 남자 주인공 도경석(차은우 분)은 예쁜 여자를 혐오한다. 미모가 뛰어난 엄마 덕분에 완벽한 외모를 물려받았지만,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를 미워하며 '예쁜 여자의 인간성'을 의심한다. “예뻐서 뭐 해, 별로야. 예쁜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경석이 미래를 좋아하는 이유도 외모 때문이 아니다
. “예쁜 것도 아니고 못생긴 것도 아니야. 걔는 걔야라며 그녀의 내면을 본다.
 

경석의 엄마, 나혜성(박주미 분) 역시 예뻐서 '같은 삶을 살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예쁜 외모가 ''이 됐음을 깨닫는다. 자신을 인형처럼 여기는 남편 때문에 이혼을 했기 때문이다. 혜성은 나는 좀 안 예쁘게 태어났으면 인생이 훨씬 잘 풀렸을 거 같은 생각이 든다”라고 말한다.

 

결국 모두가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였다

드라마는 계속해서 외모지상주의의 굴레를 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예뻐야 꽃길을 걷는다는 이야기도 아니며, 성형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외모가 잘났던 잘나지 않던 끊임없이 상처받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성형보다 마음을 살펴야 한다

권장덕 원장(권장덕K성형외과) 자존감이 결여돼있는 사람은 성형보다 먼저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형 상담을 할 때 외모를 보고 수술 방향을 잡는 것은 1초에 불과하다. 이후 시간은 그 사람의 성격과 마음을 본다. 자존감이 떨어져 있고 막연한 이상만 추구하는 사람은 날카로운 언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신체 부위가 강박적으로 신경 쓰여 우울하다면, 일종의 신체이형장애일 수 있다신체이형장애는 낮은 자존감이 문제다. 지극히 정상이지만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결점 때문에 괴로워한다.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이들 중 약 10%가 신체이형장애를 겪고 있다. 이런 경우 성형외과가 아닌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 마음의 문제라면 성형을 해도 결과와 상관 없이, 우울증, 자살, 성형부작용, 성형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배 원장(최종배정신건강의학과의원)신체이형장애는 마음의 아픔이나 상처를 살피기보다 외적인 것만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외모에 자신을 투사하지만 사실 고쳐야 할 부분은 마음에 달려있다.

 

강남미인이 많아 보이는 이유

권 원장은 성형을 하면 다 강남미인일 거라고 여기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비슷비슷하게 성형한 티가 많이 나는 강남미인은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성형외과는 수술해도 수술한 거 같지 않게 성형하는 것을 선호한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의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강남미인이 많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형을 자연스럽게 한 사람은 성형한 티가 나지 않기 때문에 적게 느껴진다. 반대로 성형한 티가 많이 나는 사람들은 눈에 띄기 때문에, 오히려 많게 느껴진다. 일종의 일반화의 오류라고 볼 수 있다.

 

권 원장은 성형수술은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티 나않아야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드라마틱한 변화보다는 미묘한 차이가 오히려 호감 있는 얼굴을 만든다.



 

그냥 내 모습대로 살고 싶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유일하게 외모 강박에 자유로운 인물이 있다. ‘내가 아닌 나로 살고 싶지 않다는 권윤별(배다빈 분)이다. 짧은 헤어스타일에 헐렁한 셔츠를 입은 ‘톰보이스타일이다. 화장, 머리 스타일, 옷차림 등 암묵적으로 요구됐던 사회적 기준을 거부한 캐릭터다. 여자들의 외모를 품평하는 남자들에게 자꾸 헛소리할 거면 그만 끝내고요라고 당당히 말할 줄 안다.

 

머리도 기르고 화장도 하라는 사람에겐 내 스타일이 어떤데?”라고 되묻는다. “남성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꾸며보라는 말에는 진실된 내 모습이 아니야. 가짜의 모습으로 속이고 상대를 유혹하고 싶지 않아”라고 답한다. 고백을 거절당해도 제가 선배님 스타일은 아니란 거죠?”라며 깔끔하게 인정하고, 스스로를 원망하지 않는다. 윤별처럼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중심을 잡는다면, 외모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너무 높고 이상적인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 하지 말아야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 백세희도 외모 강박을 털어놓는다. 저자는 “화장하지 않으면 밖에 못 나가던 시절도 있었고, “살찌면 아무도 저를 봐주지 않을 거 같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얼굴을 평가할까 봐 애인의 지인들을 만나기 싫어한다. 어쩌다 민낯인 상태로 애인의 지인을 보면, 외모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을까 봐 수치스러워 견딜 수 없다.

 

이에 대해 책에서의 선생님’(정신과 전문의) "외모 때문에 강박감이 나오는 게 아니고 이상화된 내 모습이 있기 때문에 외모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50kg 이상이면 실패야등 기준의 폭을 좁고 높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기준을 세워 자기검열을 하고 극단적인 감정을 느낀다.
 

선생님은 자신의 취향을 알고 불안감을 낮추는 방법을 알면 만족감이 생긴다고 조언한다. 스스로 이것저것 조금씩 시도하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어느 정도 해야 편한지 알 수 있다. 그러면 누가 어떤 지적을 하더라도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게 된다.

 

폭식 역시 자기만족이 떨어지기에 하는 행동 중 하나다. 일상의 만족도가 떨어지면 먹고 자는 것처럼 가장 원시적인 본능에 집중하게 된다. 만족감의 중추를 본능적이고 가장 편한 곳에서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먹는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운동이나 프로젝트처럼 장기적인 목표를 통해 자존감을 극복하는 게 좋다.

 

지나친 외모 강박은 연극성 인격장애일 수 있다

'예쁘지 않으면 관심에서 밀려난다'는 느낌 때문에 외모 강박이 생긴다면, 일종의 연극성 인격장애(histrionic personality disorder)로 볼 수 있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 중 하나다.

 

연극성 인격장애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기 위해 야한 옷을 입거나 근육을 키우는 등 과시하려는 유형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거라고 여기며 자책하는 유형이다. 후자처럼 자책하고 괴롭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선생님의 조언을 하나씩 짚어보자.

 

하나, 못생기지는 않았지만 예쁘지도 않아라고 생각하며 중간 세계를 만들어 본다. 극단적인 방향이 아니라 방향을 틀어, ‘난 이쪽에도 있지 않고 저쪽에도 있지 않아, 분포도로 보면 가운데보단 조금 위에 있겠지?’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이 정도고, 사람들의 기준은 다 다르니까 저렇게도 볼 수 있다'라고 연습을 해보자.


, 외모는 주관의 영역이라 항상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쿨하게 인정한다. 기분에 따라 예쁘게 하고 나갈 때가 있고, 전혀 꾸미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어떤 날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그냥 알아서 평가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모습은 보여주면 안 돼’가 아니라그럴 수도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만약 예쁘지 않은 날 마주쳐서 누군가 실망한다고 해서 나를 싫어한다. 나는 못생겼어라는 뜻은 아니다. 상대의 생각을 지레짐작해 극단적인 방향으로 예상하고 혼자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 공포감은 입으로 뱉는 순간 반은 해결된다. 무언가에 대해 나만 알고 있을 때 공포감은 커진다. 혼자 고통받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외모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외모 평가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기 싫다면, '외모 평가할까 봐 만나기 싫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 숨겨왔던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처음에는 어렵고 부끄럽다. 그러나 감정을 털어놓고 '자신이 만든 가상의 공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외모 강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