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배 원장은 우울한 대학시절을 보냈다. 뒤늦게 깨달았지만 그건 분명 우울증이었다. 모두가 선망하는 서울대 의대에 진학한 그는 왜 우울증에 걸렸을까.

 

공부에만 몰두하는 전형적인 공부벌레였던 그는 평탄한 고교시절을 보냈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칭찬과 인정을 받던 때였다. 공부 이외의 다른 고민은 없었다. 의대를 진학하게 된 것도 공대, 자연대, 의대 중 안 맞는 두 개를 제했더니 남은 것이 의대였기 때문이었지 별다른 포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대학생활은 달랐다. 시대가 암울했다. 공부만 하는 학생들은 죄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공부만 해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다. 계속 공부만 해도 되는 걸까 하는 자책감이 최종배 원장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우울감은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여드름이 많이 나고, 소화불량에 속쓰림까지. 몸 속과 머릿속에 무언가가 걸려있는 것 같았다. 휴학을 해야만 하는 걸까 깊이 고민하기도 했다.

 

최종배 원장을 우울감에서 건져낸 것은 의학이었다. 공부를 하다보면 , 이건 내 증상하고 같다하고 깨닫는 경우가 많았다. 의학적 지식들을 배우면서 자신이 겪는 신체증상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를 파악하게 되면서 불필요한 걱정들이 줄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자 자연스럽게 정신과 의사의 길을 택하게 됐다. ‘치료의 힘을 몸소 체감한 과였기 때문이다.

 

수면의 달인, 최종배의 잠 잘 자는 법

우울증·불면증·불안장애. 환자들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대표적인 이유 세 가지다. 질환명은 다르지만 셋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사람이 잠을 잘 땐 사이클이 있어서 깊게 잤다가 얕게 잤다가를 90분 단위로 반복한다. 독특하게도, 모든 사람은 잠이 든지 3시간이 지나면 잠에서 깬다. 누구나 그렇다. 단지 금세 다시 잠들어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그런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이 있으면 잠이 깬 찰나의 시간에도 불안하고 우울한 생각이 들어 다시 잠 못 이루는 경우가 많아진다.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밤을 두려워하곤 한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에선 수면의 달인최종배 원장에게 불면증을 이겨내기 위해 환자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물었다. 최종배 원장은 대한수면의학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수면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인 <수면(Sleep)>에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어떤 의사는 좋다고 하고 어떤 학자는 나쁘다고 하는 낮잠. 대체 정답이 뭔가요?

밥 지을 때 뚜껑을 열면 밥이 잘 되겠나. 밥을 잘 지으려면 자꾸 들여다보면 안 된다.” 최종배 원장은 스승들이 즐겨 사용하던 비유를 들었다.

 

예전에 낮잠은 무조건 좋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24시간을 기준으로 잠자게 만드는 힘이 일정량 있다고 치면, 낮잠은 낮에 그 힘을 부분적으로 뺏어 쓰는 행위이므로 결국 밤에 잠이 안 오게 만든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기본적으로 낮잠은 불면증 환자에게 독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제한적 낮잠에 대한 시각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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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짧은 낮잠은 유익하다는데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2007년 그리스의 연구에선 짧은 낮잠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37% 낮췄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좋은 낮잠과 나쁜 낮잠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오후 1~2시 경에 10~15분 정도만 자라는 것이다. 그 이상 낮잠을 청하는 것은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야간수면을 방해해 다음날을 더 무기력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을 제한하라

불면증 환자의 치료방법 중에는 수면제한요법이라는 게 있다. 실제로 환자가 얼마나 자는 지를 파악한 뒤, 그 시간만큼만 잠자리에 누워있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제 수면 시간이 4시간인 환자라면 딱 4시간만 침대에 누워있게 한다. 환자가 4시간 중 3시간을 잤건 2시간을 잤건 상관없이 4시간이 지나면 깨운다.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 대비 수면시간이 90%를 넘어가면 그때부터 잠자리에 있는 시간을 15~30분씩 차근차근 늘린다.

 

잠을 못자는 사람을 더 못 자게 만드니 어찌보면 고문 같기도 한 이 방법은 숙면을 위한 유명한 행동요법이다. 이렇게 하면 수면효율(잔 시간/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을 서서히 늘릴 수 있다.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더라도 침대=잠 자는 곳으로 분명히 인식시키는 건 수면에 도움이 된다. 침대에 누웠을 땐 TV시청이나 스마트 폰 사용을 하지 않고, 누운 지 20분이 지났는데도 잠이 오지 않으면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침대에서 수면 외에 다른 일을 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길들여야 한다.

 

간혹 꾸벅꾸벅 졸 정도로 졸린 상태에서도 침대에 눕기만 하면 잠이 안 온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침대가 잠이 오지 않는 곳으로 굳어진 경우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복적인 우리의 행동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머릿속에 나쁜 인식을 심은 것이다. 이를 반대로 이용해 침대=잠 자는 곳으로 우리 뇌를 길들여보자.

 

알코올, 커피, 담배. 숙면을 위해 피해야 할 물질

 최종배 원장의 박사논문. 니코틴 패치가 수면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다.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온다
. 하지만 빨리 잠이 든다는 게 곧 잘 잔단 말은 아니다. 술을 마시면 잠의 질이 낮아지고, 아침에도 일찍 깬다. 우리 몸에서 알코올을 대사하면서 나오는 물질은 각성제 역할을 하기도 해서, 술이 깨면서 잠도 같이 깨기 때문이다. 술 마신 다음날 유독 일찍 눈을 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쉬우리라.

 

매일 한 잔씩 술을 마시고 자는 것도 좋지 않다. 술에도 내성이 있어서 잠을 자기 위해선 더 많은 술이 필요하게 된다.

 

담배는 대표적인 각성물질이다. 불면증 환자들에겐 7시 이후에 담배를 피우지 말고, 되도록 담배를 끊으라고 권유한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카페인의 각성효과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간혹 커피를 많이 마셔도 잠자는데 지장이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수면의 질을 측정하는 검사를 해보면 커피 마셔도 문제 없다는 건 개인의 착각일 뿐이었음이 드러난다. 깊은 수면이 적고, 자주 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커피 뿐 아니라 녹차, 홍차, 코코아, 초콜릿 등 카페인이 포함된 음식은 오전에만 먹는 것이 좋겠다.

 

닥터 후, 정신과 의사는 [들어주는 사람] 이다.

정신과 의사는 애인이나, 부모, 친구 등 그 어떤 가까운 사람보다도 환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직업이다. 정신과에 방문할 정도였다면,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는 아닐 터. 환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기에 환자들은 스스로도 상처의 규모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최종배 원장은 상담을 통해 이런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을 더 기르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롤모델은 한국정신분석학회의 지도분석가 선생님들이다. 정신분석학은 두 가지 믿음을 기반으로 한 치료법이다. 하나는, 개인이 현재 겪고 있는 감정적 문제의 기원은 과거에 발생했던 일들에 의해 생겨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감정의 연결고리는 깊은 대화를 통해 무의식 밖으로 나올 수 있단 믿음이다.

 

정신분석은 환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환자 스스로 무의식 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상처를 다시 끄집어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진짜 상처를 대면하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만드는 일이다. 한국정신분석학회엔 10여명의 정신분석가가 있다고 한다. 최종배 원장도 정신분석가 과정을 밟고 있으며,내년에 정신분석가가 될 예정이다.

 

최종배 원장은 전문적인 상담과 약물치료 모두 잘하는 의사가 되고 싶단 꿈을 전했다. 환자들의 짐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 주는 의사. 그의 개원의로서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재미삼아 해 본 인터뷰 번외, “드라마 블레스 유

요즘 <밥 블레스 유>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시청자들의 사연을 듣고, 적절한 음식을 추천해주는 예능프로그램이다. PD는 이를 응용해 최종배 원장에게 몇 가지 사례를 들려주고 그에 맞는 드라마를 처방해 달라고 부탁했다. 평소 최종배 원장이 드라마를 즐겨본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다음은 최종배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사례1] 미래에 대한 불안감, 낮에 있었던 일들의 여운 등이 갑자기 닥쳐와 잠 못 이루는 경우가 있다. 심각하지 않은 불면증을 앓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는?

  

최종배 원장: <30Rock>을 추천한다. 벌써 시즌7까지 나온 코미디 드라마 시리즈다. 콕 집어 <30rock>을 고른 이유는 지극히 사적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만 보면 잠이 오더라. (웃음) 미국에선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식 코미디라 봐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사실 불면증 환자들에게 재밌는 드라마는 추천할 수가 없다. 스토리랄 게 별로 없고, 보다보면 지루한 영상을 보는 게 좋다. 개인적으론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클립이 잠이 잘 온다. 평 소 야구를 좋아하는 편인데도 그렇더라.

 
[사례2] 잦은 이직 또는 상사와의 불화 등의 이유로 자존감 하락을 겪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는?  

최종배 원장: 사례를 듣자마자 떠오르는 건 역시 <미생>이다. 나는 만화로도 보고, 드라마로도 봤는데 둘 다 정말 재밌었다. 냉혹한 사회생활을 잘 그리면서도 무엇보다 해피엔딩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걸 보면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결국 <미생>도 현실과는 다르다.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다. 미국 브래들리 대학 심리학과 연구팀이 전세계 53개국을 대상으로 자존감 순위를 매긴 결과에 따르면 자존감 꼴찌 국가는 일본이었다. 미시건대 심리학 교수 리처드 니스벳은 일본어에 자존감(Self-Esteem)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향해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경향성을 표현한 단어가 동양언어에선 생소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은 44위로 일본보다는 낫다고 평가되지만 비슷한 실정이다. 개인보다는 집단을 강조하는 분위기, ‘자신의 능력을 더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라면서 끊임없이 자기반성을 하도록 교육받는 것이 자존감 하락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자존감은 내 행위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기 때문이다.

 

내가 무언가를 이뤄냈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자존감이다. 하지만 회사에선 행동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자존감을 깎아내리기 쉬운 공간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원망하며 분노의 나날을 보낼 것인지, 아니면 회복의 길을 갈 것인지.

 

[사례3] 미운 아버지, 미운 어머니.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에도 과거의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에겐?

 

최종배 원장: 가까이에 있어도 다가서지 못했던/ 그래 내가 미워했었다~ (갑자기 노래를 불렀다) 인순이의 <아버지>란 노래 생각이 난다.

 

얼마 전 방영했던 드라마 중에 <마더>가 적절할 것 같다. 이보영 씨가 주연이었던 드라마다. 어릴 때 받은 상처를 안고 사는 여주인공이 과거의 자신처럼 학대당하는 어린 여자아이의 마더가 되는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자기가 자기 자신의 과거를 구출해 상처를 치유하는 거라 볼 수도 있다. 타인을 돕는 행위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정신과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내용이었다.

 

사실 오랫동안 사람들이 얽매여있는 기억은 미움이다. 미운 대상이 죽고 나면, 시간이 오래 지나도 애도에 빠져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땐 억압된 감정을 다 꺼내어 풀 수 있도록 두는 게 중요하다. 애도기간이 유난히 길고, 일상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가 되면 일종의 우울증으로 보고 치료를 받길 권한다.